대한민국 패션의 최초 디자이너 노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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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패션쇼 디자이너

옛날에 전통적인 옷과 신발을 만들던 디자이너들이 있었다면,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디자이너 역사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 노라노는 패션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한국에서 최초의 패션쇼를 개최한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47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랭크 왜곤 테크니컬 컬리지’를 졸업한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이었다. 귀국한 그녀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서울 명동에 ‘노라 노의 집’을 열어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아카데미 줄리앙 아트 스쿨’에서 다시 공부를 이어나갔고, 1956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다.

1956년 반도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 최초의 패션쇼 모습

이 ‘최초의 패션쇼’는 100% 대한민국 기술 사용과 처음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생산된 모직 원단 사용 등으로도 의미가 컸다. 195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의상상을 수상했으며, 1965년 하와이에서 최초로 해외 패션쇼를 개최하며 브랜드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1966년 대한민국 최초의 기성복 패션쇼를 열었고, 이후 프랑스와 미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노라노의 인생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패션의 최초라고 붙일 수 있는 모든 사건과 함께였다. 최초의 디자이너이자, 최초의 패션쇼 개최자였으며, 최초로 미국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디자이너이기도 했고, <보그> 의 잡지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다.

샤넬이 여성복의 일대 혁명을 일으키며 실용성과 활동성을 강조한 검은 색을 유행시켰는데 노라노 역시 같은 이유로 검은 복장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즉 바쁠 때 색깔을 통일하면 신경을 덜 써도 되고, 특히 검은 색은 여성의 자립과 독립,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색이라고 그녀는 굳건히 믿었기 때문이다.

노라노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역사는 한국의 여성 권익 신장과 맞닿아 있다. 서양 복식인 양장이 허영과 사치로 생각되던 그 시절, 노라노는 여성복을 표준화해 누구든 쉽게 양장점에 들러 자신에게 맞는 옷을 살 수 있도록 사회 풍토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또한 해방 직후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는데,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생긴 여성을 더욱 당당하고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옷을 만들었다. 그는 맞춤복, 양장복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 입어도 여성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옷을 만들었던 것이다.

1985년 세계적인 패션잡지인 보그지 커버를 장식한 노라노가 디자인한 옷시절